[기획-전통주육성방안] ② 과잉쌀 해법에서 명주의 미래까지... 농진청, ‘전통주 르네상스’ 만든다
[기획-전통주육성방안] ② 과잉쌀 해법에서 명주의 미래까지... 농진청, ‘전통주 르네상스’ 만든다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5.05.07 0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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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균 개발부터 품질 표준화, 명주 세미나까지
식량원, 쌀 소비와 고부가가치 양조산업의 길 닦아 
최지호 연구관 '전통주 정책 지원 R&D 계획' 발표

국내 쌀 소비가 급격히 줄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전통주’를 미래 농업의 전략 품목으로 키우기 위한 R&D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고부가가치 쌀 가공 소비 확대를 통해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국내 농산물 중심의 프리미엄 양조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식품자원개발부 발효가공식품과는 4월 29일 경기도 용인의 술샘(주) 회의실에서 '2025 전통주 농산업체 협의회'를 개최했다.

이를 위해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식품자원개발부 발효가공식품과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용인의 술샘(주) 회의실에서 '2025 전통주 농산업체 협의회'를 개최하고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식량원 최지호 연구관은 지금까지의 전통주 연구 성과 및 향후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전통주 정책 지원을 위한 R&D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발효미생물 종균 개발부터 품질 평가 체계 구축, 소비자 맞춤형 기술 이전까지, 농진청이 지난 수년간 쌓아온 과학기술 기반 전통주 연구 성과와 미래 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우리나라 쌀 산업은 지속적인 소비 감소와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10년 이후 1인당 쌀 소비량은 72.8kg에서 2024년 55.8kg으로 뚝 떨어졌다. 이로 인해 자율적인 시장 조절 기능은 약화되고 있으며, 잉여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2025년 ‘제3차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MZ세대, 1인 가구 증가, 한류의 확산 등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는 전통주가 고급화된 소비재로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전통주를 쌀 가공 산업의 전략 품목으로 정의하고, 체계적인 기술개발과 산업화를 통해 국내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정책적 R&D에 착수하게 되었다.

생쌀 발효·지역농산물 기반… ‘소재형 전통주’로 산업 체질 전환

최지호 연구관에 따르면 전통주 산업은 그동안 다양한 상품들이 출시되는 등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세성과 낮은 품질 일관성, 소비자층 제한 등으로 한계에 봉착해 있다.

식량원 발효가공식품과 최지호 연구관 

이에 농진청은 전통주 산업을 위한 핵심 R&D 추진 주체로서 고품질 전통주 개발을 위한 기술 실증과 산업 연계를 이끌고 있다.

기존 주조 방식을 뛰어넘는 생쌀 발효 기반의 증류주 간소화 공정 기술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데, 복잡한 증류 과정을 줄이면서도 품질은 유지할 수 있어, 특히 소규모 양조장과 지역주 특화 상품 개발에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강릉·가평·당진 등 지역에서 생산된 소주는 공동 구매·판매 및 브랜드 관리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품질 균일화를 실현한 대표 사례다. 생쌀 발효 기술이 적용된 이 소주들은 지역 관광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미생물 자원 주권 확보… 국산 종균 산업화 박차

수입에 의존하던 종균 산업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농진청은 국내 토착 미생물 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등록해 2024년까지 195주(효모, 곰팡이, 유산균 등)를 확보했고, 2025년에는 215주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이 중에서 주종별 발효 특성이 우수한 37주는 종균화해 산업현장에 보급 중이다.

전통주 주종별로 최적화된 종균도 확보했다. 예컨대 증류식 소주에는 N9 균주, 스위트형 막걸리에는 Y263이 적용되며,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누적 238건, 146억원의 기술이전에 따른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

이는 단순한 연구를 넘어 미생물 주권 확보와 수입 대체 산업 기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기호도 중심’ 품질 평가 기준 새로 정립… 막걸리·약주 향미 프로파일링

그동안 전통주는 서양의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정량적인 품질 평가 기준이 미비했다.

이에 농진청은 우리술의 향미를 평가할 수 있는 104개의 표준화 용어를 도출하고, 이 중 핵심 향미 지표물질 18종을 선정해 ‘플레이버 휠’과 ‘평가 키트’를 개발해 전문가 간 품질 평가의 일관성을 높이고 있다.

플레이버휠: 우리술 향미 평가용어 104개 도출. 평가 용어 표준화 통해 전문가들이 일관된 언어로 품질 논의 가능
우리술 향미 평가 물질 18종을 정립한 플레이버키트가 구축됐다. 

2022년에는 막걸리, 2024년에는 약주에 이어 2025년부터는 증류주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정립 중이다. 이 같은 향미 데이터베이스는 양조 전문가뿐 아니라 소비자와도 품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양조용 쌀 품종은 다르다… ‘한아름4’와 ‘금강1호’로 특화

전통주에 적합한 쌀 품종도 따로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농진청은 다양한 쌀 품종에 대한 양조 특성 분석 결과 금강1호, 한아름4호, 이루미 등은 전통주용으로 적합한 특성을 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탁주용 쌀로는 한아름4호, 금강1호 품종이 우수하다.

특히 가루쌀 품종 한아름4와 금강1호는 색, 향, 맛 등 주요 관능 특성에서 우수한 기호도를 보여, 전통주용 고품질 쌀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과학 기반 양조기술 개발

농진청은 농가소득 확대를 위한 고품질 양조기술 개발 및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탁주 분야에서는 무감미료 생막걸리, 거품형 및 샴페인형 막걸리, 프리미엄 막걸리 등 차별화된 제품이 개발됐고, 약주와 청주 부문에서는 고문헌 기반 약주의 복원과 한국형 청주, 숙성 약주 품질 제어 기술 개발 등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식량원 발효가공식품과의 발효자원연구실과 신소재 연구실이 협력해 쌀가루가 침전되지 않고 고르게 분산되도록 설계한 신소재 쌀가루가 개발됐으며, 이를 통해 유통 중 막걸리 품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 

복숭아와 포도의 만남… 국산 과실주 기술도 성큼

과실주 분야에서 일부 복숭아 품종은 와인의 유기산 및 향기성분 분석을 통해 색과 산미, 기호도 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과실주 원료로의 활용 가능성이 확인됐다.

특히 당도와 산도 조화가 뛰어나며, 포도(청수)와의 혼합 발효 시 향미가 더욱 증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는 향후 사과, 복숭아 등을 활용한 프리미엄 국산 와인의 개발 기반이 된다.

고령층·1인 가구 위한 맞춤형 제품 개발… 안전성도 잡는다

품질과 기호도만큼 중요한 것이 안전성이다. 전통주는 제조 방식 특성상 곰팡이독소나 메탄올, 알데히드 등 위해물질이 검출될 수 있어 위해 요소를 실시간 검출하고 저감하는 공정 기술이 요구된다.

이에따라 농진청은 전통주 안전관리 매뉴얼을 개발 중이며, 현장용 신속 진단 기술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전통주 안전 관리

또한 고령층이나 1인 가구의 기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 맞춤형 향미 예측 시스템과 제품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오믹스 기반 유전체 분석과 대사물질 추적을 기반으로, 향후 특정 세대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전통주 제품을 기획하는 것이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전통주 품평회 출품 제품의 품질 변화까지도 과학적으로 예측하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명주' 개념 정립 나선다… 5월부터 릴레이 세미나

전통주 고급화의 정점은 결국 ‘명주’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체성 확립이다.

농진청은 5월부터 ‘명주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릴레이 세미나를 주 1회 또는 격주로 개최해 '명주'의 기준과 고품질 전통주의 정의를 확립할 예정이다.

전문가, 양조장, 소비자, 학계가 참여해 명주의 기준을 토론함으로써 전통주의 브랜드 전략과 품질 고도화를 위한 학문적·산업적 토대를 마련하고, 고품질 전통주의 개념을 사회적으로 공유하겠다는 구상이다.

'미생물 이력제' 도입 검토… 발효 기술 기반 지속가능한 산업 생태계로

향후 농진청은 단순한 양조 기술을 넘어 발효 생태계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미생물 이력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축산·수산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이력제를 미생물 영역으로 확장함으로써, 제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의 품질 및 안전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양조장 대상 기술 컨설팅과 교육 워크숍을 정례화하고, 종균 보급 플랫폼을 구축해 2030년까지 종균 수입 의존도를 15% 이하로 낮추고, 국산 종균 보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최종 목표다.

농진청 전통주 R&D, ‘쌀 소비와 양조산업’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이번 전통주 R&D 전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쌀 소비 문제 해결, 전통 문화 계승,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국가 차원의 복합 전략이다.

따라서 농진청은 앞으로도 각 주종에 최적화된 농산물 품종 발굴과 발효 효율 및 소비자 기호도에 적합한 과학적 매칭을 통해 프리미엄 전통주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스위트형, 드라이형 등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무감미료 제품 기술을 개발하고, 프리미엄 청주·약주 및 쌀맥주와 과실주 제조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한다.

기술은 곧 산업이 되고 산업은 사람과 지역을 살린다. 농진청이 준비한 이 전통주 르네상스는 한국 양조문화의 재도약이자, 농업 미래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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