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의 감’을 AI로 바꾼다…면 제조도 ‘자율생산’ 시대
‘숙련공의 감’을 AI로 바꾼다…면 제조도 ‘자율생산’ 시대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10.01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식품연, 2030년까지 면 제조 전 과정 아우르는 ‘자율생산라인’ 구축 추진
센서가 품질 읽고 AI가 공정조건 판단…로봇 작업·디지털 트윈 통합 관리
제품 손실률 20%↓·생산성 30%↑·전체 자동화율 50%↑ 목표…제과·제빵으로 확산

숙련 작업자가 손으로 반죽 상태를 확인하고 경험과 감각에 따라 조절해 온 면 제조공정이 센서와 인공지능(AI), 로봇이 스스로 품질을 판단하고 작업하는 ‘자율생산’ 체계로 바뀐다.

한국식품연구원이 2030년까지 면 제조 전 과정을 아우르는 자율생산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식품 제조현장의 숙련인력 부족과 품질 편차 문제를 디지털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식품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연(연) 전략연구사업’에 선정된 ‘면 제조 공정 초자동화를 위한 자율생산 공정 일체 지능형 생산 설비 개발’ 과제에 지난 4월 착수해 2030년까지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핵심은 ‘센서가 읽고, AI가 판단하고, 로봇이 작업하는’ 면 제조라인이다. 제조 현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은 전체 공정을 통합 관리·제어한다.

4조원 면류 시장…제조현장은 여전히 ‘숙련공의 감’

라면과 국수 등 국내 면류 시장은 K-푸드 수출 확대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국내 면류 생산액은 약 4조원, 생산량은 140만톤에 달한다. 수출액도 2023년 11억1553만달러에서 2024년 13억6242만달러로 1년 만에 22.1%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라면 생산을 제외하면 면 제조 현장은 여전히 작업자의 경험과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식품연의 설명이다.

면은 배합→반죽→숙성→압연→절출→성형으로 이어지는 각 단계에서 수분과 탄력, 식감 등이 달라진다. 작업장 온도와 습도 같은 환경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반죽과 면 상태가 민감하게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일정하게 설정된 값에 따라 작동하는 기존 자동화 설비만으로는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렵고, 배합과 숙성·압연 조건 등을 숙련 작업자가 미세하게 조정해야 했다.

센서가 읽고 AI가 판단하면 로봇이 작업

식품연구원이 개발하는 ‘초자동화 생산 설비 기술’은 이러한 숙련자의 판단 영역을 데이터화하고 AI와 로봇 기술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는 크게 네 가지 핵심 기술로 추진된다.

첫째, 복합센서와 품질 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반죽과 면의 품질 인자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둘째, 수집된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품질을 예측하고 적절한 작업 조건을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AI 의사결정 기술’을 개발한다.

셋째, 면을 집거나 모양을 잡는 것처럼 자동화하기 까다로운 작업에는 지능형 로봇과 정밀 자동화 설비를 투입한다. 넷째, 실제 제조 현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의 통합 운영·관제 솔루션을 구축해 전체 생산공정을 한눈에 살피고 제어한다.

결국 센서→AI→로봇→디지털 트윈을 하나의 생산체계로 연결해 사람은 직접적인 공정 작업보다 전체 시스템의 관리·감독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면 제조 자율생산 공정 개념도

산·학·연 9개 기관 참여…2030년 자율생산라인 구축

이번 연구에는 식품연을 중심으로 산·학·연 9개 기관이 참여한다. 식품연은 면 품질 분석과 공정 설계를 총괄하고 복합센서, AI, 로봇, 디지털 트윈 등 개별 기술을 하나의 자율생산라인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참여기관은 요소기술 개발과 공정 시뮬레이션, 데이터 구축 등을 지원하고 기업은 현장 실증에 참여해 개발 기술이 실제 생산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적합성을 검증한다.

연구팀이 제시한 성능 목표도 구체적이다. 기존 공정과 비교해 실시간 품질 관리를 통해 제품 손실률을 20% 이상 줄이고, 자율운영으로 생산성을 30% 이상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면 제품 생산 전체 자동화율은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입 지능형 제어기·로봇 국산화…제과·제빵으로 확산

이번 연구는 면 제조라인 하나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식품연구원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온 지능형 제어기와 로봇 설비의 국산화도 추진한다. 면 제조공정에서 자율생산 성공 모델을 만든 뒤 제과·제빵 등 다른 식품 제조 분야로 관련 기술을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식품 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숙련공 감소에 대응하면서 작업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품질관리를 데이터 기반의 정밀하고 표준화된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총괄 책임자인 임정호 한국식품연구원 박사는 “면 제조는 원료와 반죽 상태가 끊임없이 변해 숙련된 작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식품 제조 공정 중 하나”라며 “가장 까다로운 공정에서 사람과 AI·로봇이 함께 일하는 자율생산 모델을 완성해 식품 제조 현장의 인력난을 덜고 우리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