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물보다 파우더·퓨레·필링 등 B2B 가공원료 시장이 더 큰 기회
한국 카페·베이커리 업계, '제2의 말차' 가능성 주목해야

"말차 다음은 우베(Ube)다."
최근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컬러 푸드(Color Food)를 꼽으라면 단연 필리핀의 자색 참마 '우베(Ube)'다. 한때 필리핀 전통 디저트에 국한됐던 우베가 이제는 글로벌 카페 체인과 프리미엄 베이커리, 아이스크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며 새로운 식품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우베는 특히 단순한 이국적 원료가 아니라 '천연 보라색 색감'과 '아시아 전통 스토리', 'SNS 확산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디저트 원료라는 점에서 식품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스타벅스는 '아이스드 우베 코코넛 마키아토(Iced Ube Coconut Macchiato)'를 시즌 메뉴로 선보였고, 영국 코스타커피는 우베 라떼와 프라페를 출시했다.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조스는 '우베 아이스크림'을 정식 SKU로 운영하며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무역관의 시장 보고서는 최근 필리핀 전통 식재료가 글로벌 식품기업의 혁신 소재로 진화하고 있는 현상을 짚었다.
■ '필리핀의 기억'에서 세계인의 디저트로
우베는 학명 Dioscorea alata L.의 자색 참마로, 일반적인 고구마와 달리 참마류에 속한다. 필리핀에서는 수세기 전부터 우베 할라야(Ube Halaya), 할로할로(Halo-Halo),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에 활용돼 왔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어린 시절 추억과 가족행사, 명절 음식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문화적 의미가 깊다.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성이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되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들이 SNS를 통해 새로운 맛과 독특한 비주얼을 찾으면서 우베 특유의 강렬한 보라색이 시각적 콘텐츠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우베가 '아시아 디저트의 정체성'과 '천연 색소 이미지'를 동시에 확보한 소재라는 점에서 말차나 흑임자에 이어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세계 시장 연평균 6.9% 성장…수출도 3년 연속 증가
시장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기관 TMR(Transparency Market Research)은 글로벌 우베 시장 규모를 2024년 약 4억5500만 달러로 평가했으며, 2035년까지 연평균 6.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필리핀산 우베 수출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KOTRA가 인용한 Global Trade Atlas 자료에 따르면 필리핀의 우베 등 참마류 수출은 2023년 39만kg에서 2025년 98만kg 수준으로 약 2.5배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수출액은 87만 달러에서 186만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국 시장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내 필리핀계 이민자 시장을 기반으로 시작된 수요가 이제는 일반 소비자와 아시아 식문화 애호층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영국,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우베는 특정 교민 시장을 넘어 글로벌 디저트 소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원물보다 '가공원료'가 더 큰 시장
그러나 우베 산업의 진짜 경쟁력은 신선 원물보다 B2B 가공원료 시장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리핀 현지 생산은 연간 1만2000~1만4000톤 수준으로 제한적이고 계절성도 강하다. 산지별 품질 편차와 분산된 유통구조도 글로벌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요인이다.
반면 파우더, 퓨레, 필링, 아이스크림 베이스, 카페용 소스 등 반가공 원료는 보관성과 품질 안정성이 높아 대량 공급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브랜드들이 활용하는 방식도 대부분 원물이 아닌 가공형 소재다.

업계에서는 우베가 향후 '천연 보라색 식품소재'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필리핀 전통식품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식품 제조업체가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원료로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 한국 식품기업, "제2의 말차" 시장 선점 노려야
국내 식품업계에도 시사점은 적지 않다.
현재 한국향 우베 수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와 베이커리 업계를 중심으로 시각적 차별화와 시즌 한정 메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신선 우베 수입보다는 우베 파우더와 퓨레, 필링 등을 활용한 B2B 원료사업과 신제품 공동개발 모델에 먼저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우베 라떼, 우베 크림빵, 우베 케이크, 우베 아이스크림 등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카테고리인 만큼 국내 소비자에게도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말차가 일본을 대표하는 글로벌 식품소재가 됐듯이 우베도 필리핀을 대표하는 차세대 식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단순 수입보다 프리미엄 디저트와 식품소재 비즈니스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시사점
우베 열풍의 본질은 단순히 '보라색 디저트'가 유행하는 것이 아니다. 로컬 식문화가 스토리와 색감, 천연 원료라는 가치를 더해 글로벌 식품산업의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말차가 그랬고, 흑임자가 그랬듯 우베 역시 하나의 원료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원물보다 가공기술과 브랜드 스토리를 먼저 읽는 기업들이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