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하교수의 현장 리포트] 4화. 60년대 한독·한뉴목장 사업 에티오피아에 적용 제안
[이무하교수의 현장 리포트] 4화. 60년대 한독·한뉴목장 사업 에티오피아에 적용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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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8.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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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5년 후 알시대와 순천대가 낙농발전사업 공동 수행

과거 '코리안타임' 연상케 하는 느슨한 시간 개념

할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시간에 대한 개념도 느슨한 편이었다. 교수회의를 소집해도 약속시간보다 한두 시간이 지나야 사람들이 모였고,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우리도 예전에 ‘코리안타임’이 대영백과사전에 실릴 정도로 시간 개념이 없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면, 이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았다. 일부 한국인들이 에티오피아 사람들의 약속 시간 미준수를 비난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오히려 그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학생들은 교과서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고, 경제적으로 구입할 여유도 없었기에 교수나 학생 누구도 교과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우리 70년대 농대 실험실 수준 불구 액체질소 시설 구비... 젖소 인공수정 교육하는 '생명공학센터'

농과대학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시설은 마치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교수들의 연구활동이 활발했지만, 이곳은 과거 스웨덴 정부의 지원으로 농촌개발 사업(CADU, ARDU)이 이루어진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부족해 연구 활동에 대한 의욕이 거의 없었다. 이는 지속 가능성이 없는 국제 지원 사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과대학에는 액체질소 생산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이를 활용한 인공수정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캠퍼스 부지 내 목장에서는 젖소들이 우유를 생산하고 있었으며, 매일 아침이면 생우유를 동네 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있었다(사진12).

사진12. 아침에 대학목장에서 생산된 원유를 구입하는 주민들.

이곳은 ‘존(Zone, 우리의 군에 해당하는 행정단위)’이라 불리는 행정구역의 중심지로, 액체질소 생산시설을 갖춘 유일한 곳이었기에 ‘생명공학센터’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교직원 역량 강화·학생 장학금 지원·도서관 설치 등 교육 환경 개선에 총력

나는 교직원 역량 강화를 위해 워크숍을 열고(사진13), 한국에서 후원금을 유치하여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원했다(사진14). 또한 LG 이희범 부회장에게 부탁해 컴퓨터 20대를 기증받아 도서관에 설치함으로써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에도 힘썼다(사진15). 이곳 사람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진13. 교직원 지도자 워크샵 후 단체촬영.
사진14. 재학생 장학금 수여후 단체쵤영
사진15. LG에서 기증한 일체형 컴퓨터

그렇게 에티오피아 체류 약속이 끝나기 2년을 남긴 시점, 나는 열악한 물과 전기 사정에 지쳐 이곳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 ‘에티오피아를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에티오피아 위한 희망의 불씨로 '낙농발전 사업' 제안 

그때 문득 떠오른 것이 우리나라 1960년대 한독목장, 한뉴목장 사업을 통한 낙농산업의 발전 경험이었다. 이 경험을 에티오피아에도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사업제안서(PCP)를 만들어 에티오피아 정부의 동의를 받은 뒤,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이 제안은 내가 귀국한 지 5년 후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되어, 에티오피아 알시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낙농발전 사업을 공동으로 수행하게 되었다.

이무하 서울대 명예교수

이무하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니어과학기술연합회 연구위원이며, (사)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문가로서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의 가치사슬 활동과 관련된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한 우유 및 유제품 품질 향상을 지도 감독하고 있다.
[경력]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축산물등급판정소 이사장, 한국축산식품학회장, 한국동물자원과학회장, 한국식품연구원장, 에티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 농과대학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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