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과 시간도 자신들만의 체계 고수
들어가는 이야기
서양과 우리가 글을 쓰는 형식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학교에서 배운 기억이 난다. 서양에서는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이후에 설명을 이어가는 형식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설명을 다 한 후에 결론을 맺는 형식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 글을 쓰다 보니 서양식보다는 우리식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설명을 하다 보면 주변 환경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러면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때문이다.
후진국(개발도상국이라고 불러야 한다지만, 나는 ‘후진국’이라는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을 도와주려는 많은 선진국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는, 후진국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지 않고 결론을 내려놓고 접근하는 데 있다. 이것이 마치 서양식 글쓰기와 유사한 방식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지원과 협력 사업을 하고도 현실은 여전히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한국의 낙농이 에티오피아에 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1.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동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한(그림1) 우리나라 한반도의 5배 크기의 나라로, 인구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로 많아 약 1억 3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유엔 연맹 창설 멤버였던 에티오피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침략을 받았으나 유럽 열강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 경험을 되살려 유엔 창설 때 가장 먼저 참여했고, 한국전쟁 당시 황제였던 하일레 셀라시에는 그 서러운 경험을 되새기며 황실 근위병 6천여 명을 일찌감치 파견해 포로 한 명 없이 용감히 싸우며 한국을 도왔다.
전쟁 후에는 부산에 고아원을 세워 전쟁고아들을 돌봐주기도 한 우정의 나라다.
그럼 잠시 에티오피아를 살펴보자. 지도(그림2)에서 보듯 에티오피아는 12개의 주와 2개의 특별시 주로 구성된 총 14개 주의 연방민주공화국(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Ethiopia)이다.
‘에티오피아’라는 이름의 어원은 ‘탄 얼굴(burnt face)’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피부색은 검지만, 일반적인 아프리카의 니그로 흑인과는 다르다.
에티오피아의 옛 이름은 아비씨니아(Abissinia)로, 우리나라의 나이 든 세대가 알고 있는 쉬바의 여왕(Queen of Sheba) 자손들이 다스리던 북쪽 암하라주와 티그라이주 부근의 왕국이 남하해 다른 지역을 정복하며 형성된 나라다.
이 때문에 80개가 넘는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 간의 갈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아프리카에서 문자를 가진 유일한 나라
다양한 종족으로 인해 국어는 없고, 공용어로는 암하라주에서 사용하는 암하릭이 쓰이지만 최근에는 오로미아주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힘을 얻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나라들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문자를 가진 유일한 나라다.
인류의 조상 루시가 발견된 인류의 발상지
인류의 조상으로 알려진 루시(Lucy)가 발견된 곳이기도 해서(사진1) 인류의 발상지로 여겨진다.
역사와 문자라는 관점에서,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를 경험하지 않은 나라로서 에티오피아는 큰 자부심을 지니고 있고, 주민들 역시 자존심이 매우 강해 대화할 때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이유로 아프리카 연맹(AU) 본부가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으며,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외하는 나라로 꼽힌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매우 보수적이어서 달력과 시간도 자신들만의 체계를 고수한다. <계속>
이무하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명예교수이자 한국시니어과학기술연합회 연구위원이며, (사)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문가로서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에티오피아 오로미아 지역의 가치사슬 활동과 관련된 인적 역량 강화를 통한 우유 및 유제품 품질 향상을 지도 감독하고 있다.
[경력]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축산물등급판정소 이사장, 한국축산식품학회장, 한국동물자원과학회장, 한국식품연구원장, 에티오피아 아다마 과학기술대학교 농과대학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등 역임





